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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올로지(Ruliology)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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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올로지(Ruliology)가 점차 확산되며, 이에 대해 논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루리올로지란 무엇일까요? 이 용어를 제가 직접 제안한 만큼, 이를 설명하는 글을 통해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 개념을 처음 정립했던 2021년에 이미 관련 내용을 한 차례 정리해 두었다는 점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글은 더 긴 글의 일부였지만, 그중 루리올로지를 설명하는 핵심 부분을 여기에서 다시 소개하고자 합니다.
특정한 단순 규칙 집합을 따르도록 시스템을 설정하면, 그 시스템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게 될까요? 다시 말해, 가능한 모든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계산 우주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순한 프로그램은 어떠한 행동 양상을 보일까요?
이는 기초 과학 영역에 속하는, 순수하면서도 추상적인 질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제가 A New Kind of Science에서 설명한 계산적 패러다임 안에서 사고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됩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는 프로그램으로 기술할 수 있는 추상적 규칙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에 관한, 훨씬 구체적인 과학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무엇일까요? 이는 컴퓨터 과학이 아닙니다. 컴퓨터 과학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 우리가 설계한 프로그램을 다루는 학문이라면, 여기서 다루는 대상은 “계산 우주의 야생 속에 그 자체로” 존재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수학도 아닙니다. 수학이 무언가를 증명할 수 있는 형식을 찾는 데 주력한다면, 이 과학의 본질은 “규칙이 실제로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를 직접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볼 때, 이는 풍부하고 폭넓은 성격을 지닌 새로운 과학임이 분명합니다. 적어도 지난 40년 동안 이 과학을 실천해 온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커다란 지적 기쁨을 안겨준 탐구였습니다.
이제 문제는 이 과학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느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수십 년에 걸쳐 고민해 왔으며, 명칭을 정하기 위해 오랜 시간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 왔습니다. 규칙과 연관된 그리스어 또는 라틴어 어근을 떠올려 보면 arch- 와 reg- 가 생각나지만, 이들 어근은 이미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계산과 관련된 용어인 logis- 나 calc- 를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이 과학의 성격을 정확히 담아내지는 못한다고 느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메타모델링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결국 우리는 이렇게 질문하게 됩니다. 이 단어를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이 과학은 본질적으로 규칙과 그 결과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름인 “루리올로지”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단어이기에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이름은 제가 오랜 시간 즐겁게 탐구해 온 이 과학의 본질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제 자신은 “루리올로지스트”라고 불리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루리올로지는 실제로 무엇을 다루는 학문일까요? 루리올로지는 순수한 기초 과학이며, 매우 명확하고 정밀한 학문입니다. 이 학문은 추상적인 규칙을 설정하고, 그 규칙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를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규칙의 실행에는 “여지나 예외”가 없으며, “재현성”에 대한 문제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동일한 규칙을 실행하면, 그 결과는 언제나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검은 셀에서 시작하는 규칙 73 셀룰러 오토마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요? 특정 튜링 기계는 어떤 결과를 산출할까요? 혹은 특정한 다중 경로 문자열 치환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까요? 이러한 질문이 바로 루리올로지에서 다루는 구체적인 문제입니다.
탐구는 흔히 단순한 계산을 수행과 그 결과의 시각화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일단 특정한 특징이 관찰되면,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분석적 실험적 방법을 동원하여 구체적인 루리올로지적 결과를 도출하게 됩니다. 예컨대 규칙 73의 패턴에서는 검은 셀이 항상 홀수 길이의 블록으로만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도 있습니다.
루리올로지는 일반적으로 특정 규칙의 개별 사례에서 출발하여, 점차 해당 규칙에 대한 더 넓은 범위의 사례나 전체 규칙 집합으로 분석을 확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항상 구체적인 수행 과제가 수반됩니다. 행동을 시각화하고, 특정 특징을 측정하는 등 실질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루리올로지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루리올로지는 곧 계산 불가축약성(computational irreducibility)이라는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특정 규칙의 개별 사례가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쉽게 얘측할 수 없습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줄일 수 없는 수준의 계산 노력이 필요할 수 있으며, 만약 무한한 시간에 걸친 일반적인 결과를 알고자 한다면, 그 문제는 형식적으로 결정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규칙의 다양한 사례나 다른 규칙을 검토할 때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특정 사례가 실제로 해당 행동을 보일지, 혹은 특정 규칙이 그러한 방식으로 작동할지를 확인하는 일 자체가 루리올로지적 탐구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제가 루리올로지를 40년 넘게 연구해 왔음에도 여전히 놀라운 점은, 예상치 못한 사례가 끝없이 발견된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유형의 규칙을 가정하더라도, 처음에는 일정한 방식으로만 행동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완전히 다른,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례를 발견하게 되며, 이는 관찰 과정에서 계산 불가축약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루리올로지를 탐구하면서 이 작업이 처음에는 자연사(natural history)와 유사하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다. 단순한 프로그램의 세계를 탐색하며, 그 안에 존재하는 특이한 생명체를 발견하고,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과정이 실제 자연사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생물학적 자연사에서도, 관찰되는 다양성은 본질적으로 추상적 루리올로지에서 나타나는 계산적 현상과 깊은 연관성을 지닐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루리올로지는 복잡성과 어떻게 연결될까요? 루리올로지는 복잡성 연구의 핵심의 핵심이자, 사실상 가장 근본적인 층위에 해당합니다. 루리올로지는 복잡성을 그 근원에서부터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단순한 기원으로부터 복잡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또한 루리올로지는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반과 직관을 제공합니다. 계산 우주에서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줌으로써, 이를 통해 우리가 연구하는 시스템을 모델링하고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료와 통찰을 제시합니다.
메타모델링이 이미 구축된 모델을 바탕으로 그 안에 숨겨진 구조를 분석하는 과정이라면, 루리올로지는 최소한의 기초에서 출발하여 어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루리올로지는 자연과학과 유사합니다. 계산 우주를 자연의 추상적 아날로그로 삼고, 그 안에서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루리올로지는 자연과학보다 더욱 생성적인 성격을 띱니다. 이 학문은 단순히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추상적으로 무엇이 생성될 수 있는지까지 탐구합니다.
루리올로지는 한편으로는 실험적 성격에서 출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성격을 지닙니다. 실험적이라는 것은 주로 단순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관찰하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계산 불가축약성으로 인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루리올로지가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이유는, 실행의 대상이 자연 세계의 실제 현상이나 그 근사치가 아니라, 완전히 정밀하게 정의된 계산적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자연과학과 마찬가지로, 루리올로지도 관찰에서 출발하여 이후 이론과 원리를 구축합니다. 오래전 저는 셀룰러 오토마톤을 단순히 초기 조건을 무작위로 설정한 뒤 그 행동을 분류하는 간단한 방법을 발견했는데, 이는 마치 물질을 고체, 액체, 기체로 구분하거나 생물의 계를 나누는 과정과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를 넘어서는 훨씬 더 일반적인 원리가 존재하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계산 등가의 원칙입니다.
일상적인 루리올로지 연구에서는 반드시 계산 등가의 원리 전체를 직접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루리올로지를 수행하는 과정 내내, 이 원리는 직관을 형성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더 나아가, 루리올로지를 통해 우리는 이 원리가 매우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증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규칙 100의 범용성이나 2,3 튜링 기계의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가 루리올로지를 연구해 온지도 이제 40년이 넘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학문을 루리올로지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저는 꾸준히 관련 연구를 이어 왔습니다. 사실, 루리올로지는 제가 수행해 온 모든 과학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방법론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셀룰러 오토마톤을 바탕으로 복잡성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었고, A New Kind of Science에서 일반적인 개념을 정립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새로운 물리학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직관과 추진력 역시 루리올로지로 부터 얻을 수 있었습니다.
루리올로지는 제게 지적 아름다움과 깊은 즐거움을 주는 매우 만족스러운 학문입니다. 단순한 규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순수함은 특히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단순한 규칙을 실행하면, 때때로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이미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규칙과 자료만으로도 풍부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그 과정을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만으로 그 과정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루리올로지가 주는 큰 즐거움입니다.